본문 바로가기
의학정보(치료일기)

40대에 시작한 시험관시술(고령난임)

by Re_born 2025. 2. 12.

 

■ 오늘 낯선 문자 하나를 받다.

 

 
[Web발신]
[동결배아 보관기간 만료안내]

안녕하세요.일산*병원 배아코디네이터입니다.
본원에 보관하신 배아의 보존기한이 2025년 3월 만료예정으로 안내드립니다.
연장을 원하실 경우 연장비 수납이 필요하며, 폐기를 원하실경우 폐기요청서 작성이 필요합니다
(1년 연장비용: 25 만원) 자세한 사항은 아래 연락처로 연락주시면 안내도와드리겠습니다.
2/19 까지 연장여부 연락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오늘 다시한번 무너져내렸다.


 
입춘을 지난 2월 중순의 어느 오전. 계절이 무색할만큼 함박눈이 펑펑내리던 날. 나는 이 문자를 받고 한참 동안이나 창밖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봤다. 

작년 이맘 때 겨우겨우 얻은 난자 하나를 채취해서 동결해둔 배아를 1년간 더 동결할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병원의 최후통첩이였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몸컨디션이 돌아오지않았고 이미 40대 중반이 되어버려 괜한 미련인지 욕심인지 햇갈리기 시작했다.


 
 
 
 

■ 내가 난임치료를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작년에 힘들게 3차 난임치료에 들어갔다. 나는 올해 벌써 만 45세이다. 아직도 이팔청춘 같은데 나는 언제 이렇게 나이가 먹어버린걸까... 그저, 현실이 서글펐고 아이 생각만 하면 지나간 시간들에 후회만 가득했다. 
 
나는 마흔이 되기전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아이를 가질 수 있을거라 믿었다.  하루 24시간을 분단위로 쪼개가며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고 직장에서의 나의 커리어를 방해받고 싶지않아 결혼 후에도 피임을 해왔고, 몸이 예전같지않게 쉽게 피곤해지고 생리불순까지 찾아오며 불현듯 이러다 나도 난임일 수 있겠다 싶어 불안함이 엄습해왔고 그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30대 중반 유산을 경험한 뒤로는 피임을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시는 내게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너무 무심했다. 친정엄마가 그토록 임신은 때가 있다고. 놓치면 더는 갖고 싶어도 갖을 수 없다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하셨는데 그땐 그게 왜 남일 같았을까.
 
일은 해도해도 끝이없고, 사람의 욕심에도 끝이 없어 임신을 하기에 좋을 시기라는 건 딱히 없었다.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보면 선물처럼 찾아오는 기적같은 아이인데 나는, 좀 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내집 마련까지해서 안정을 찾으면 그때가 임신을 해도되는
좋은 '때'라고 믿고 소중한 나의 젊은 시절을 허비해버렸다.
 
내 몸을 위한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남들처럼 언젠가 생기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로 마흔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더이상의 요행을 바랄 수 없어 '난임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시도도 결국 몸이 받아들이질 못해 4차에서 멈춰버렸다. 


 
 
 

■ 난임치료로 유명한 두 병원을 경험하다.

일산에서 맘까페나 난임치료 관련해서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추천이 많은 마리아병원과 일산차병원을 순차적으로 가보았다. 두 병원은 시험관 시술에 있어 확연히 결이 달랐다. 무엇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추구하는 시술 방향이 달랐다. 
 
다만, 여기서 예비산모의 나이나 배아 상태에 따라 방식이 조금 상이할 순 있지만 병원이 가진 시험관시술의 성공여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갈라지는 것 같았다. 마리아는 난자채취후 3일 배양해서 바로 신선배아 이식을 했고, 차병원에서는 무조건 동결을 권했다.

난자질이 좋지않아 배아의 상태도 최상급이 아니기때문에 몇차수를 더해서라도 좋은 배아를 더 만들때까지 얻어진 난자는 동결을 해두고 다음번에 해동해서 동결이식을 하길 권장했다. 이것이 두 병원의 큰 차이였다. 
 


 
 ■ 신선배아 이식과, 동결배아 이식 무엇이 다른가?


둘중 다른 원인을 배제하고 선택한다면 무조건 신선배아 이식이다. 이유는 얼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를 바로 수정시켜 얻은 배아를 시술 주기에 맞춰 바로 이식하기 때문에 자연임신 원리와 비슷하기에 배아의 손상이 적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자연임신과 달리 과배란 주사를 2주간 놓고 강제로 난포를 터트려 난자를 인위적으로채취 후  진행 한것이라 자궁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시험관 시술 처음 도전시 과배란 주사도 40대 고연령이라 최대치의 용량을 투여했다. 그리고 28개의 다량의 난자채취 후 통증과 복수차는 증상으로 응급실까지 다녀왔었다.

그 상태에서 3일 뒤 바로 배아이식을 했는데 아파도  착상유무를 알기 전까진 약도 못먹고 생으로 2주동안은 조심하며 버텼다. 그러나 역시 좋지 않은 자궁환경과 나의 저질 체력으로 착상이 안된 것 같았다. 

 

 
마리아에서의 1차 실패 후 바로 차병원으로 전원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희망고문 할 필요없이 삼신할배라고 칭할 만큼 성공율이 높다는 선생님을 찾아뵙고 잔뜩 기대고 싶었다. 동일하게 난자,정자 검사를 거친 후 또다시 과배란 주기를 거쳐 난자채취에 들어갔다. 역시나 많이 아팠다.

온몸이 붓고 복수가 차고 숨이 차서 잠을 잘 수도 뭘 먹을 수도 없을 지경이였다. 난자 채취후 전해질과 수분 보충을 위해 포카리 스웨트같은 이온음료를 하루 2리터씩은 먹어야 했는데 이게 정말 고역이였다.

무튼, 그렇게 난자채취 후 바로 이식하지 않고 자궁상태가 좋아지고 다음 차수때 다시 난자채취해서 더 좋은 배아를 더 모아서 이식해보자고 하셨다. 그땐 이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음 번도 또 다음 번도 차수를 거듭 할수록 나의 부작용은 심해져만 갔고, 상급의 배아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배아만 얼리면서 동결비용이 추가되었고 그 사이 내몸은 망가져갔고 다음 차수를 준비 중 온몸이 많이 망가져서 올 스톱이 되어버렸다. 

 

 

■ 그래서, 둘 중 무엇이 더  좋은 걸까? 

케이스by케이스다.  과배란 유도및 난자채취 시술 이후 부작용없이 건강하다면 신선배아 이식을 추천하고, 나처럼 부작용이 많은 타입이라면 동결배아 이식을 추천한다.

그러나 두 가지 성공사례를 보면 비슷한게 아이러니 하다. 특히나, 앞서 방문했던 난임계에 투 톱인 마리아와 차병원의 경우 내게 추천해 준 그들의 방식대로의 시술 성공율이 더 높긴했다. 자신 있는 걸로 권장했던 것 같으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건 달라 질 것같다.

다만, 동결배아를 선택 한 후 한가지 느낀 점은 임신이 절실한 예비산모(시험관 시술자)의 몸상태나 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임신 성공율만 높이면 되기에 그저, 하나의 기계처럼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수십개의 주사를 배에 찔러넣고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난자채취 시술의 고통을 느끼며 여성의 몸은 그렇게 망가져만 간다.

우스운 얘기지만 아무리 확률이 떨어진다해도 하나의 배아로도 이식이 가능함에도, 매년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배아의 동결 횟수를 늘리고, 아직 배아상태일 때라 정확도도 떨어지고, 큰 의미가 없는 고가의 유전자 검사등을 권유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절박하게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만을 위한 권유인지 의문이 남는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