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손목 나가는 줄알았어요
언제가부터 제 손목이 맛이 갔어요.
업무상 컴퓨터 작업이 많았던 나는, 손목 나가는 줄도 모르고 십수년간 열심히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내리치며 살아왔다. 한참 PPT작업을 하며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순간 나도 모르게 "앜"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가 순간적으로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니 단순히 삔 것 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멍때리고 걷다가 발목을 삐끗하고 접질리던 때의 강렬한 통증처럼 순간적으로 "앜"소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오도록 아팠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번씩 있었고, 그럴 때면 순간적으로 나는 손을 움직이기 조차 힘들어서 가만히 손목을 부여잡고 살살 달래주었다. 주물러도보고 파스도 붙여보고 손목보호에 탁월하다는 손목보호대에 값나가는 마우스 패드까지 바꿔가며 나름 손목을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해보았다.
이러기를 몇년이 반복되었지만, 중간중간 나는 단순히 손목이 삔 줄만 알았고, 그래서 한의원에 들러 침도 맞아보고 정형외과에선 X-ray만 찍어보고 뼈에 이상은 없어 인대가 늘어난 것 같으니 손목 사용을 줄이라며 진통소염제만 잔뜩 처방해줬다. 결과는 물론 전혀 낫지도 않았고 점점 더 통증 양상이 심해져만 갔다.
어느날부터인가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흔히들 말하는 조조강직이 찾아왔다. 양손이 퉁퉁 부어있었고 손가락이 잘 안굽혀져서 주먹을 쥘 수 조차 없었다. 약지 손가락에 자랑스레 끼워져있던 결혼반지가 손가락이 부어 맞지 않아 보석함에 쳐박아둔지도 오래다. 아침마다 손이 붓고 아파 서치끝에 물리치료에 좋다는 파라핀 기기까지 사보았다. 붓고 안움직이는 양손을 나름 뜨겁게 관리해보고 싶었으나 직장인에게 이른 아침시간은 사치였다. 나는, 결국 일을 쉬기로 마음먹었다.
시작은 손목이였으나 그 끝은 손 전체였다.
곰곰히 내가 왜 손이 아프게 되었는지를 생객해 보니, 처음 시작은 쇼파에 누워서 손목으로 머리를 받치고 TV를 보던 때였던 것 같다. 그 자세가 그렇게 요염하고 편할 수가 없었다. 쿠션이 곁에 있어도 옆으로 누워서 TV를 보기에 최적의 각도는 나의 손목이 머리를 받치는 그 순간이다. 쿠션은 거들 뿐. 손목이 다했다 정말. 한참을 그렇게 TV를 넋놓고 보다보면 이내 팔이 저려오다 손목이 꺾인 그 상태로 바로 피려면 우드득 하고 소리가 날 때도 있었고 기분나쁜 통증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 내 손목을 참 많이도 혹사시킨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도 종종 사원들의 자리로 가서 컴퓨터를 봐줘야 할때면 일어서서 앉아있는 사원의 모니터가 한눈에 안들어와 허리를 굽혀야만 했고, 심한 운동부족인 나는 아직 덜 발달 된 코어근육으로 인해 허리를 굽히면 허리통증이 너무 심했다. 그래서 사원의 책상에 자연스레 내 손목에 체중을 실어 기대서 모니터를 봐주곤 했다. 그렇게 한참을 모니터를 함께 보며 지도해주고 일어서면 책상 위를 짚고 기댔던 내 손목은 손목 주름사이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몰랐었다. 손목이 이렇게도 약한 신체 부위라는 것을.
그렇게 손목 바깥쪽에서 부터 시작했던 손목의 통증은 점점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통증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급기야는 지금처럼 손 전체가 퉁퉁붓고 아침미다 손이 굳어서 따뜻한 물로 한참을 주물러 펴줘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밤마다 손에서는 욱씬 욱씬 열이나고 뜨거워져서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일시적인 통증에서 만성통증으로 접어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처음엔 마우스나 키보드 작업시에만 국한 되던 통증이 일상으로 침범해버렸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손이 아파 울기도 하고 밤새 양손이 너무 붓고 욱씬거려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엄지의 앞 손바닥 쪽은 근육통처럼 쑤시는 통증까지 추가되었다. 하다하다 젓가락질도 안되서 포크나 숟가락으로만 밥을 먹는 지경이 되서야 나는 대학 병원을 찾았다.
손목건초염입니다. 손을 쉬게 해주세요
내 병명은 "손목건초염" 원인은 손목의 과사용이라고 했다.
찾아보니 드퀘르뱅 건초염 또는 드퀘르뱅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분명 너무 아프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 일까지 그만두고 몇개월을 쉬었음에도 내 손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였다. 나는 주부이지만 회사 일이 너무 바빠 그동안은 집안일을 많이 할 수 없었다. 그땐 몰랐다. 회사 일만 쉬면 손이 나을 줄 알았던 것이였다. 그런데 오히려 일을 쉬면서 내 손은 급격히 더 악화되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집안일들이 화근이였다. 집에서 쉬다보니 자꾸만 청소 할 것들이 눈에 보였다. 집에서 밥을 해먹기 시작하니 밥을 짓고 설겆이를 하는 등 이런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손목을 쉬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나는, 남편과 함께 두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다. 한놈도 아니고 두놈씩이나 되는 녀석들 뒤치닥 거리를 하다보면 사람 못지 않다. 털과의 전쟁으로 돌돌이는 일상이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청소에 오히려 직장에 다닐 때 보다 손목을 심하게 비틀고 힘을 주는 과정들이 더 추가되었다. 나는, 그렇게 표면적으론 일(직장 일)을 쉬고 있었지만 실상은 또다른 일(주부 일)로 손목을 혹사 시키고 있었다. 손목건초염. 이름도 생소한게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졌었다.
손목건초염 대체 무슨 질병인가?
손목건초염은 손목의 힘줄을 둘러싼 막(건초, 腱鞘)에 염증이 발생하여 통증과 부기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나 과도한 움직임이 주요 원인이며, 특히 컴퓨터 사용이 많은 직장인,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 주부, 운동선수 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역시나 맞았다. 직장인이나 주부라면 우리나라 사람의 전체가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손목건초염은 주로 다음과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 반복적인 손목 사용: 장시간 키보드, 마우스 사용, 스마트폰 사용, 요리, 육아 등의 활동
- 무리한 손목 움직임: 무거운 물건 들기, 손목 꺾기 등의 동작
- 외상 및 손목 충격: 손목을 다치거나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질 경우
- 호르몬 변화: 임신, 출산 후 여성 및 폐경기 여성에서 호르몬 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
-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질환: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위와 같은 원인 중, 내 손목이 더 급격히 안 좋아 진 원인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난임치료였다. 시험관아기 시술 준비를 하면서 수도 없이 찔러 댄 과배란 주사가 그 원인.
40대 늦는 나이에 아이를 가지려니 최고치의 고용량 호르몬제가 처방 되었다. 그렇게 내 몸이 망가져가고 있었나 보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나는 아래와 같은 방법 중 수술을 제외 한 모든 것을 했다. 제일 효과가 빠른 방법은 스테로이드 주사였다. 그러나 이 주사도 3개월에 1번만 맞을 수가 있다. 스테로이드는 조금씩 잘만 사용하면 최고의 치료제가 되지만, 과처방시 부작용이 많아 꺼리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3개월에 한번씩 양쪽 손목 안쪽과 바깥 쪽에 주사 시술을 했고 한번 맞으면 처음엔 두~세달은 버틸만 하던 게 점점 더 효과 주기가 짧아져 이제는 몇일도 안가 다시 아프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 수술밖엔 답이 없는 모양이다.
■비수술적 치료 (초기 및 경증일 경우)
✔ 휴식 및 손목 보호: 손목 사용을 줄이고, 부목(손목 보호대)을 착용
✔ 온찜질 또는 냉찜질: 염증 완화 및 통증 감소
✔ 소염제 복용: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의 소염진통제 복용
✔ 물리치료 및 재활운동: 손목 스트레칭 및 근력 강화 운동
✔ 스테로이드 주사: 심한 경우 염증 부위에 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 (심한 경우)
비수술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건초막 절개술을 통해 염증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음.
'의학정보(치료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대에 시작한 시험관시술(고령난임) (2) | 2025.02.12 |
---|---|
만성기침 삶이 피폐해집니다 (0) | 2025.02.10 |
전립선암 항암치료후에도 전립선암 완치는 어렵다? (0) | 2025.02.07 |
교정치과 선택을 망설이는 세 가지 진짜 이유. (2) | 2025.02.06 |
섬유근통 증후군(섬유근육통) (0) | 2025.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