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
런던 서부에 위치한 첼시와 햄스테드, 원래 허름하고 낡은 집들이 가득 차 노동자 계층이 살 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 인가 이 동네에 잘 차려입은 중산층이 들어와 지내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중산층들이 하나 둘 살기 시작하고 늘어나다 보니 이곳은 점차 우아한 저택 지역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이러한 중산층들이 모여 살다 보니 그들의 수준에 맞는 집값과 임대료가로 급격히 비싸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원래부터 오랫동안 이곳에 살던 지역 주민들은 더 싼 주거 지역을 찾아 멀리 떠났고, 집값뿐 아니라 동네 모습과 특성 자체가 바뀌었지요.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action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 Ruth Glass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녀는 1964년 자신의 저서 [런던: 변화의 양상 London: Aspects of Change]에서 첼시와 햄스테드에 나타난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action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젠트리 gentry란 16세기부터 영국에 존재했던 토지 소유자, 법률가, 대상인 등 부유했던 중산층 계급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원래 중하류층이 살던 낙후된 지역에 경제적으로 활기가 생기고 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높아지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가고 중산층 계급이 사는 곳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합니다.
묘하게 닮은 우리의 골몰길
어디선가 많이 본 현상인 것도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1960년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리단길로 유명한 이태원동의 경리단골목, 처음에 이곳은 그저 이태원2동으로 가는 길목으로 교회를 지나 번번한 가게하나 없던 평범한 도로였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창업자들이 알려지지도 않고 흔한 골목의 도로였기에 다소 저렴한 임대료로 각자의 개성을 담은 커피숍이나 옷가게 등을 차리면서 대표적인 상업지역으로 떠올랐지요. 그렇지만 가게 하나하나 입소문이 나고 조금씩 더 핫한 가게들이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그저 평범한 동네 작은 골목도로에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땅값이 올라갔고, 이를 틈타 건물 주인들은 가게의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집주인이 아니라 가게 하나하나 손님을 끌어모으고 입소문을 타면서 핫해진 것인데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래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요. 현재 경리단길에는 폐점을 하거나 빈 점포가 늘어났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이 활기를 잃은 것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젠트리피케이션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지면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주민들의 평균 소득도 높아집니다. 상업 지역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오른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거나 임대료가 지나치게 올라 원래 살던 주민과 지역의 문화적 분위기를 만들어 온 예술가와 상인들이 쫓겨나면서 그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을 잃는 일도 생깁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리단길뿐 아니라 신사동의 가로수길, 망리단길 을지로의 힙지로나 성수동 까페길등 이른바 '젊은이들의 핫한 거리'로 떠올랐던 거리나 골목이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상권이 오히려 쇠퇴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조금만 흥해도 임대료가 상승하여 반짝하고 쇠퇴하는 거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자유로운 경제 활동으로 인한 현상이기에 국가가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과거의 유사한 사례들을 반면교사하여 죽었던 거리가 무언가 활성화를 띄게끔 불러들인 주체가 있다면 그들의 현상을 받아들이고 문화적인 공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이슈이나 이것을 규제할 방법도 논의되고 있지 않기에 지금도 또 어디에선가 새로운 거리가 흥하고 쇠하길 반복이 될 것입니다.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공부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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