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왜 공포일까?

이상한 일본의 반응

1990년대 초 일본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 거침없이 오르던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레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1989~1992년 3년 동안 일본의 땅값은 50% 이상 하락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이보다 저 좋을 일은 없을 것 같은일이 벌어졌죠. 요즘에는 집값이 하늘 모르고 치솟고 물가가 올라 만원으로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힘든 실정인데 말입니다. 1990년대 말에는 소비자들이 사는 물건의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땅값도 물건값도 절반 이상 낮아졌으니 일본 국민이 좋아했을까요? 우리 생각엔 물가가 낮아지고 집값이 지금의 반이 되었다면 두 손 들어 환영했을 텐데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와 국민은 깊은 근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디플레이션 Deflation

1990년대 일본의 상황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디플레이션 Deflation'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들어본 인플레이션(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과 반대개념이지요. 풍선에서 '바람을 빼다', '팽창을 수축시키다'라는 뜻의 동사 디플레이트 Deflate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빵빵해져 있던 풍선이 바람이 다 빠져버린다면 이 또한 좋은 일만은 아닌 노릇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부풀리다', '과장하다', '올리다'라는 뜻의 인플레이트 Inflate에서 왔으니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상황은 반대이지만 둘 다 극과 극이기에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상관관계

 

인플레이션은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나라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습니다. 5~60년대 개발도상국일 때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현재가 같을 순 없습니다. 삶이 윤택해졌다는 것을 국가도 기업도 그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하며 그러기 위해 많은 변화가 뒤따랐습니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소득이 줄어들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득이 줄면 자연스레 소비가 줄어듭니다. 소비가 줄어든다는 건 사는 사람이 없으니 물건값들도 낮아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경기가 나쁘면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상품 구매를 줄입니다. 저부터도 수입이 줄어들면 지갑을 닫고 최소한의 줄일 수 있는 것은 하나씩 줄여나갑니다. 그래야만 삶이 영위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이 개인이 아닌 국민 한 명 한 명이 모인다면 국가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지지요. 팔리지 않은 상품이 또다시 쌓이고, 물가는 더욱 떨어집니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물건값은 낮아지고 낮아져도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 물건들은 제고로 계속해서 쌓여갈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물가 가치도 더없이 하락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거치며 경기는 더욱 나빠집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정부의 역할은?

보통 경기가 가장 나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보다 디플레이션을 거 큰 공포의 상황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의 상황인 지금도 충분히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반대로 디플레이션의 경우는 줄줄이 문제가 생갑니다. 사회 전체가 돌아가지 않으니 시스템이 마비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모두가 우려하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올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는 몸에 피가 잘 돌지 않는 성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신체에도 손끝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모든 신체가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는 것처럼 반대로 피가 부족하면 몸 전체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돈이 부족하면 국가 전체의 경제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지요. 사고나 수술 또는 질환 때문에 환자의 몸에 피가 모자라면 병원에서 환자에게 수혈을 하듯, 중앙은행이나 정보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실시합니다. 덕분에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도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다시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국가가 돈을 풀 때는 부작용으로 물가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이 요구되는 것입니다.